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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회사 직원 월터는 디트리히슨이라는 남자의 집에서 그의 아내 필리스와 눈이 맞는다. 월터와 필리스는 디트리히슨에게 자동차보험을 갱신하는 것처럼 속이고 사고보험에 들게 한다.

2024-10-12
내일 저녁 8시 30분이죠?
그래요.
부인도 계실 건가요?
아마도 그렇겠죠.
같은 의자, 같은 발찌, 같은 향수 말이죠?
당신의 의도가 궁금하군요.
궁금해 할까 궁금했습니다.
정말 무더운 날이었죠, 길가의 하니서클 향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살인에서 하니서클의 향기가 날 줄 몰랐었죠.
그녀는 내 눈을 뚫어지게 응시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통하지 않았어요. 난 내가 정말 좋은 포커 패를 쥐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모든 걸 날려버리기 전에 놓아야 할 때 또한 알고 있었죠.
이 시간쯤에 절 만나고 싶다고 하지 않았나요?
당신이 이렇게 나올 줄 알았어요.
무슨 뜻이죠?
오늘 오후처럼…….
제가 한 말이 당신께 나쁜 인상을 심어준 것 같군요. 날 그렇게 생각하지 마세요, 월터.
좋소.
아뇨, 저를 못 믿으신다면 괜찮지가 않아요
내가 어떻게 하길 바랍니까?
저에게 상냥하게 대해 주세요. 처음 저희 집에 왔을 때처럼요.
처음 같을 수는 없죠. 이미 일은 벌어졌으니.
알아요. 우리에게 벌어진 일이죠.
당신이 목 매달리는 건 원치 않아요. 그러니 더이상 생각하지 마세요.
그렇게 우린 말없이 앉아 있었죠. 그녀는 창 밖에 내리는 비처럼 조용히 흐느꼈습니다. 우리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어요.
그녀는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계속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오랫동안 생각해 왔던 것과 연관이 되었기 때문이었어요.
필리스 디드릭슨을 알기 전부터…….
키즈, 당신도 알잖아요? 사람들의 온갖 계략을 알아내려면 잠을 자기가 힘들죠. 룰렛 게임을 할 때 손님들이 돈을 다 쓸어가지 못하게 감시하는 그런 사람처럼요. 그러던 그 사람이 어느 날 자기가 돈을 먹을 궁리를 하죠. 그것도 아주 잘…….
휠을 자기 손으로 만지니까, 모든 걸 이미 철저히 파악하고 미리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것도 알지요.
그래서 돈을 걸었는데, 갑자기 울리는 종소리와 함께 모든 것이 음모였다고 밝혀지는 거예요.
전화해 주실 거죠? 월터. 난 그가 싫어요. 그와 있고 싶지 않아요. 날 믿죠, 그렇죠?
당연히 당신을 믿죠.
더이상 견딜 수 없어요. 목 매달려 죽는 게 낫겠어요.
누가 당신을 매단다고 그래요?
이렇게 사느니 죽는 게 나아요.
아무도 당신 목을 매달 수 없어요. 내가 당신을 도울 테니까.
그 말 믿어도 되나요?
물론이죠. 우리는 해낼 수 있어요. 확신해요. 나만 믿어요.
저를 혐오하고 있는 거죠?
잘못될 일은 없을 거예요. 대충도, 실수도 없을 겁니다. 우리는 완벽하게 해낼 거예요.
그때부터 게임은 시작됐죠, 키즈. 엔진에 시동이 걸렸고 아무도 우릴 막지 못했어요.
완벽한 범죄는 없어. 어딘가에는 빈틈이 꼭 있지. 두 명이 공범인 경우는 더 빨리 밝혀지지. 디드릭스 부인이 한 명이고 또 그 누군가가 있지. 조만간 그 누군가가 밝혀지 거야. 나타날 거야, 반드시 나타날 걸. 어디선가, 언젠가는 둘이 만날 거거든.
감정이 얽힌 문제야.
사랑이 됐든……증오가 됐든……오랫동안 떨어져 있진 못할 테니까.
둘이라서 두 배로 안전하다고 생각할 테지만, 어림없는 소리. 10배나 더 위험하지. 살인을 한 거야! 무슨 전차를 타고 지나가다 각자 다른 역에 내릴 수 있는 게 아니지. 그들 둘은 꼭 붙어 있는 거야. 일방 통행길에서 끝까지 계속 같이 가는 거지. 죽음으로 통하는 마지막 역까지.
둘 중 아무도 포기해선 안 돼요 우린 같은 배를 탔으니까. 모든 게 끝날 때까지 생사를 함께 해야 돼요 기억하나요?
물론,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키즈, 당신이 내게 말했던 것을 기억하듯이요. 그 전차 얘기 말이에요. 모든 게 끝날 때까지 내리지 못한다는 것도요. 무덤이 있는 그곳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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