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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 2025.07.14

자살, 사고현장 묘사, 폭행, 범죄 등의 비윤리적이며 자극적인 표현이 많다고 생각됩니다. 글 본문에 주의사항이나 경고를 별도 표기하지 않으므로 열람에 주의해 주세요. 무단 전재 및 재배포는 삼가 주세요.

■ The Silent Sea

Novel 2025.07.14

『The Silent Sea』고요의 바다 Vol.02 2025 / 단테 리히터 & 시릴 메이스필드표지 일러스트 개 님 CMVol.01(2022) LINK

나비의 꿈/胡蝶の夢

Novel 2025.05.18

《胡蝶の夢》(2005) 장르: 드라마, 미스터리 감독, 각본: 하나비시 요시히라 화면비: 1.85:1 (비스타비전) 상영 시간: 180분 (2시간) 상영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거짓 신분. 만들어진 얼굴. 지루한 대본과 가짜 삶에 질려버린 '누군가'는 죽음을 위장하여 새로운 삶으로 도망치려 한다. 그러나 사용한 시체를 동급생에게 들키며 도주 계획은 엇나가기 시작한다. 답장이 올 줄은 몰랐어요. 편지가 제대로 도착할지도 알 수 없었거든요. 쓰고 싶은 말을 그때 전부 쏟아내 버려서. 한 달이나 지나 버렸네요. 당신의 영화를 더 보고 싶었는데, 다음날 찾아가니 내려간 모양인지 보이지 않더라고요. 꿈이라도 꾼 기분이에요. 어쩌면 정말로 꿈일지도 모르죠. 인생에서 최고의 방황을 겪고 있을 때 그와 똑같은 ..

극적 구출/Last Minute Rescue

Novel 2025.05.02

S#365 해안가 절벽(밤) H.H - 엠마 호퍼가 절벽 끝에 위태롭게 서 있다. 엠마의 원피스가 바람에 휘날린다. 엠마는 챙 넓은 모자를 눌러쓰려다 그것을 놓친다. 절벽 아래로 나풀거리며 떨어지는 모자. Z.I - 엠마가 카메라를 바라본다. 이자로(V.O): 위험해. 물러서. 엠마 호퍼: 촬영 중이었잖아요. 기억 안 나요? 이자로(V.O): 촬영? 엠마 호퍼: 당신도 이쪽으로 와요. 엠마가 카메라 너머에 있던 자로의 손을 잡아끌고, 카메라(캠코더)를 삼각대에 고정한다. 두 사람은 손을 잡고 절벽 아래를 내려다본다. 자로의 목에는 붕대가 감겼고, 선혈이 묻었다. 그가 상처를 긁으려 하자 엠마가 제지한다. 이자로: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아. 엠마 호퍼: 30분 후에는 전부 잊어버릴걸. 이자로: 몇 번째지..

Spirited Away

Novel 2025.03.21

옛날 옛적에.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책 한 권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누군가 책의 페이지를 덮었습니다.  종이와 손가락이 스치는 순간 가장 작은 입자로부터 빛의 대폭발이 발생했습니다. 새로운 우주가 생겨난 것입니다. 우주에는 신이 있었습니다.  우주는 지나치게 차갑고, 어둡고, 신이 간신히 웅크릴 만큼 비좁았습니다. 외로운 신은 눈물을 흘립니다. 눈물이 흘러내려 은하수와 별과 행성을 만들어냈습니다. 짠맛의 바다로부터 생명이 태어나, 그들이 사는 우주를 '세계'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말하지 않는 신은 세계를 사랑하며 묵묵히 보살폈습니다. 신의 존재를 보지 못하는 자들, 믿지 않는 자들, 입에 담기에도 무서운 죄를 저질러 타락한 영혼을 가진 자들 모두 종국에는 신의 품으로 돌아와 혼돈의 의식 아래 잠겼습..

원더풀 라이프/ワンダフルライフ

Novel 2025.02.23

안녕히. 아무것도 될 수 없었던 나 자신이여. ❋ ❋ ❋ 달칵. 비디오테이프가 끝까지 돌아가 멈추는 소리. CRT TV의 화면을 노이즈가 잠식한다. 테이프를 꺼내야 하는데……. 낡은 소파에 힘없이 늘어진 신체를 일으키는 시도 따위 하지 않고. 하나비시 요시히라는 맴돌이치는 백색 소음의 세계를 본다. 기껏해야 두 뼘 정도밖에 되지 않는 스크린에 담겨 있던 천국은 118분 만에 종료되었고 좁은 창고에 남겨진 것은 귀가 먹먹해질 정도의 정적과 창문으로부터 내려앉은 땅거미뿐이다. 아니, 이 방에는 창이 없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했던 추억 하나를 선택해 주세요. 당신이 선택한 추억은 영상으로 재현됩니다.」 그리고 불규칙적으로 울리는 타인의 숨소리. 먼지 묻은 매트리스에 반듯한 자세로 누워 잠든 이치카와 치세...

꿈의 집/Homescapes

Novel 2025.01.20

비비안 로제타 앰브로즈의 배우자가 사망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소문이란 파도와 같아서 몇 번이고 몰아치며 되돌아오듯이 보이지만 사실은 같은 흐름이었던 적 없다. 가십을 다루는 지역 잡지사는 재점화를 바라고 있다. 이대로 아무 사건도 발생하지 않는다면 사망보험금 수령은 다음 주 금요일. 에스텔은 의뢰를 거절하지 않았다.  비밀이란 상자 속의 물건과 같아서 한 번 꺼내면 돌이킬 수 없다. 열쇠 찾기는 간단하다. 텅 빈 상자를 닫고 돌아선 다음, 들키지 않고 보물이 가득한 방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안부 편지만으로는 소득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비비안이라면 이미 익숙해졌을 테니까.  장례식에서 검은 베일을 늘어트렸을 때부터, 비비안이 두 손 위에 올려둔 상자. 상자를 든 그에게 다가가 눈동자 색..

스노우드롭의 그림자 아래/スノードロップの影の下

Novel 2025.01.16

07. 07. (MON) 17:31 「둘 중 아무도 포기해선 안 돼요. 우린 같은 배를 탔으니까. 모든 게 끝날 때까지 생사를 함께 해야 돼요. 기억하나요?」 「물론,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내게 말했던 것을 기억하듯이요. 그 전차 얘기 말이에요. 모든 게 끝날 때까지 내리지 못한다는 것도요. 무덤이 있는 그곳 말이죠.」 07. 04. (FRI) 11:58 비디오테이프, DVD와 블루레이가 담긴 아마레이 케이스, 덩굴처럼 얽힌 케이블. 『Empire』, 『Cinefex』 최신호. 낡은 전공 서적들. iPod과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 각종 기록 매체로 발 디딜 틈도 없이 어지럽혀진 거실.  혼란 가운데, 시즈코 쇼토는 망연히 서 있다. 피자 박스를 들고.  "하나비시?" 부드러운 여름밤의 공기..

시네마토그라프 형식의 장례/シネマトグラフ型の葬礼

Novel 2024.12.31

영사실 문이 닫혔다. 시즈코 쇼토는 관람석의 가장 높은 언덕에서 스크린을 내려다본다. 좌석 번호가 쓰인 티켓, 함께 영화를 볼 친구, 팝콘과 콜라, 그 무엇도 곁에 없다. 시즈코가 아무도 없는 관람석을 배회하는 동안 상영관이 소등되고 오프닝이 흐른다. 먼지 쌓인 카펫을 밟는 소리와 피아노 독주가 섞인다. 그는 F열 중앙에 걸터앉는다. 붉은 천이 덧대인 의자에 기대서. 들고 있던 대본들을 팔걸이에 올려놓고는. 대본이라 해도, A4용지에 흑백 인쇄하여 스테이플러로 연결한 종이 묶음일 뿐이다.  보고 있는 것은 영화임에도. 그는 손뼉을 친다. 건조한 마찰음이 두세 번 울린다.    # 여름이면 두 개의 달이 뜨는 세계. 천 년 동안 등대 하나를 지켜온 가문이 있었다. 등대지기의 아들은 자라서 등대지기가 된다...

Anemoia

Novel 2024.12.27

Antent - first snow 연우는 눈을 뜬다. 그가 암흑의 세계에서 돌아와 처음으로 감지한 것은 향기였다. 소독약, 아로마 디퓨저, 가습기 수증기가 뒤엉켜 좁은 방을 채운다. 왜 돌아왔어? 한율이 날카롭게 쏘아붙인다. 비현실적인 향기에 둘러싸여 연우는 휘청거린다. 그는 보호자용 침대에 걸터앉는다. 환자복을 입은 한율과 시선이 마주친다. 그제야 이곳이 병실임을 깨닫는다. 연우는 대답하지 않고 창가로 향한다. 커튼을 걷는다. 서리가 낀 유리를 손바닥으로 문지르자 도심의 전경이 내려다보인다. 실외 아이스링크를 둘러싼 루미나리에, 광장의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 가지각색의 전구에 휘감겨 반짝이는 장난감 도시. 손이 닿지 않는. 일순, 병원 건물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두 사람은 새하얀..

세계의 지붕에 올라

Novel 2024.11.15

눈보라가 멎었다. 반경 40m 너머의 시야는 여전히 안개로 덮여 있다. 나무나 풀 한 포기 없는 지면을 크고 작은 돌덩이가 빽빽하게 채우고 수십 세기에 걸쳐 퇴적된 눈이 그들의 결합을 견고하게 만든다. 영원에 가까운 시간이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되는 이 풍경은 설산이라기보다 차라리 달이나 화성 같다. 현실감이 없다. 대기권 없이 곧바로 우주와 연결된 것처럼 새까만 하늘도 마찬가지다. 단 한 줌의 빛도 기대할 수 없는. 등반으로부터 11시간이 경과했다. 세계 최단 기록이 10시간 56분인 것을 고려했을 때, 우리의 이름은 이곳에 남겨질 수 없을 것이다. 남길 수 있다고 해도, 이름을 적을 손이나 그것을 기억할 두뇌는 존재하지 않는다. 비 젠랴는 금이 간 회중시계의 표면을 장갑으로 문질러 닦고, 그것을 겉옷 ..

다 카포/D.C.

Novel 2024.11.15

S#1 아침, 침실 상처가 아물었다. 반창고도 약을 바른 흔적도 없이 깔끔하게.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아에라스는 잠옷 소매를 걷은 채로, 아드리아나가 손수 붕대를 감고 표피를 어루만지는 모습을 떠올려본다. 때로는 뼛속까지 침투해 뇌를 헤집고 그것이 정말 분홍빛이고 부드러운지 확인하는 손길.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다. 캐노피 침대의 기둥을 타고 내려온 스킨답서스가 축 늘어진 팔을 간지럽힌다. 인조 식물에서는 플라스틱 냄새가 난다. 제집처럼 익숙한 향을 그는 들이마신다. 동시에 케이크의 달콤한 향기. 찰칵.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의 버튼을 누른다. 노이즈가 4초가량 진동하더니 익숙한 음성으로 변한다. ─ '기억.' ─'기억'이란 잠에 들게 하는 약을 뜻한다. ─'소풍' ─'소풍'이란 사람이 살기에 적당하지 ..